일기를 쓰기 시작하게되면서부터 나는 매 해의 말일마다 지난 일년동안 있었던 일들을 한 달 단위로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게 되었다.
사실 '제대로' 일기에 생활을 기록하기 시작한 게 대학 들어가고부터니까 2001년부터 무려 5년째 이런 웃기지도 않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금년은 특이하게도 그 작업을 하지 않았다. 매년 몇시간이고 일기장을 붙들고 씨름하다보니 '도데체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도 있었고 2005년 12월31일 오후 10시까지 일하고 바로 시드니 시티에 있는 사장님 집에 가서 랍스타좀 뜯어먹다 나가서 불꽃놀이 보고 새벽 한시에 스트라스필드 나가서 팥빙수 먹고 들어와 한 다섯시간 자고 또 일하러 나가는 몰상식한 짓을 저질렀기 때문도 있고 나의 2005년이 단 두 단어로 뭉뚱그려질 수 있기 때문도 있다.
나의 2005년은 '군복무'와 '일' 두 단어로 압축된다. 보통은 1월엔 무슨일이 있었고 2월에는 무슨무슨 사건이 있어서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같은 잡다구레한 잡상을 나열하곤 했는데 작년은 정말 그런 감상자체도 거의 없었거니와 감상을 갖게하는 일도 없었고 별로 떠올리고 싶지도 않은 기억들 뿐으로, 반년은 군대에서 반년은 식품점에서 지냈다. 한마디로 2005년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라고는 말해도 그렇게는 안되지. 일기장에까진 안쓰더라도 어쨌든 정리는 해야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해도 어쨌든 몸으로 체득해 뇌에 남은 기억이 사라질리도 없는 일이다. 완벽히 잊을 수 없다면 희부옇게 남겨두고 싶지도 않다.
군대에서는 정말 즐거운 기억이 없었던 것 같다. 후임들과 장난치고 농을 던지면서 말초적인 흥을 일으키긴 했지만 정말 '즐겁다' 고 생각한 적이 없다. 분대장 달고는 무거워진 어깨에 휘청거리며 겨우겨우 3개월을 보내고 왕고 되서는 한없이 침잠해가는 자아를 수복하기 위해 한다는 게 고작 나스 키노코씨와 만나는 것 - 나스가 문제라기 보다는 제한된 그 한가지 행위가 고작이었다는 사실이 문제였지만 - 이었고.
사고치고 제대하고 한달 깨작거리다 호주가서는 정말 인간으로서의 삶을 완전히 포기하고 식품점에서 하루 생활을 한 나. 어쨌든 일과 생활이 구분되는 나로서는 식품점에서 '생활'을 할 수는 없었고 그 괴리감에서 나오는 스트레스는 나를 킹스캐니언 절벽으로 몰아넣는 프레셔가 되어 주셨지.
하고싶은 일을 하기위해서는 해야하는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이해하고 있고 인정도 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해야하는 일을 하는 시간이 너무 길다. 다른사람과 비교해서. 가 아니라 그냥 내 기준에서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하기위해 해야되는 일을 하는 시간이 너무 길다. 30분 이후에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2시간 이상 해야되는 현실에 처한 내 처지가 가끔은 안타까울 때가 있다. 그렇다고 환경탓을 하자는 건 아니지만.
해야되는 일을 하지 않고도 하고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과 접할 때 나는 어떤 기분에 빠지는가 -
어쨌든 working은 끝나간다. 이젠 holiday가 남았을 뿐이다. 2006년은 개의 해이고 나는 개띠이며 사실 그딴건 별 상관도 없지만 그래도 좋게 볼려면 얼마든지 좋게 볼 수 있는 여지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냥 예감으로도 내 2006년은 잘 될 것 같다.
나는 내 미래에 대해 어떤 걱정도, 근심도 하지 않는다. 나는 스스로를 믿고 있으며 믿는 마음은 힘이되어 마법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최강마법 메테오로 변한 나의 신념은 내 앞을 가로막는 모든 장애물에 메테오스트라이크를 연속발동으로 날려줄 것임을 전혀 의심도 하지 않는다.
전체 시간을 연속된 무한개의 term으로 인식할 수 있게 된 나에게 있어 인간들이 정해놓은 '시간의 경계'라는 것은 어떤 의미도 갖지 않지만 그래도 작별인사는 해 둘 필요가 있겠지.
사요나라 2005, 웰컴 투 마이 하우스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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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2005년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에서 힘들었다는 말보다 몇천배 강한 포스가 느껴져 주시는데;;;
음... 어쨋거나 나한테도 도움이 되는 글이었어.
그런 모드로 잘 지내다 와주길 바래 ^-^
나는 내 미래에 대해 어떤 걱정도, 근심도 하지 않는다. 나는 스스로를 믿고 있으며 믿는 마음은 힘이되어 마법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최강마법 메테오로 변한 나의 신념은 내 앞을 가로막는 모든 장애물에 메테오스트라이크를 연속발동으로 날려줄 것임을 전혀 의심도 하지 않는다.
...존경해 버릴거 같다!!!
그래서 또 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