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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919] IMT-2000의 허와 실

이 글은 제가 기고했던 전자관련 칼럼에 실렸던 글입니다.


"2000년경에 시작될 유선망을 활용한 광범위한 통신서비스와 이동전화 가입자에 특성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유·무선종합 서비스"
몇 달 전, 정통부에 의해 사업자가 선정된 IMT-2000의 소개 글입니다. 그냥 보기만 해도 왠지 좋아 보입니다.
...만! 바른 이해는 정확한 정보의 토대에서 성립되는 법. 두 번째 --에서는 정보통신 변혁의 물결의 정점에 서 있는 IMT-2000과 CDMA기술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IMT-2000은 사실 요즘 들어 불쑥 튀어나온 것은 아니고 1978년에 국제전기통신연합(ITU-T)에서 이동통신의 표준화를 위해 FPLMTS라는 구린 이름의 규약을 제안했는데 이게 하도 발음하기 귀찮으니까 이 규약의 사용주파수대역(2000Mhz대)과 도입시기(2000년경)를 고려해 Information Mobile Telecommunication 2000 이라는 적당한 이름이 붙여지게 된 것입니다.

그럼 IMT-2000의 특징을 알아보도록 하죠. 기본적으로 무선통신은 주파수를 이용합니다(Example. 라디오, TV, 휴대폰, 삐삐...) IMT-2000은 2000Mhz라는 국제공통 주파수와 단일 기술표준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사용자가 세계 어느 곳에서나 하나의 단말기로 이동통신을 이용하는 것이 가능하고 이런 높은 주파수를 사용함으로 인해 단말기 차원에서 ADSL light급 속도의 데이터통신이 구현됩니다. 이 말은 휴대폰으로 에로영화를 볼 수 있다는 얘깁니다(...그 말이 아닌가). 인터넷이 되기 때문에 email체크, 주식동향, 교통정보, GPS(지난호참조), 영상회의, 인터넷머드게임하기 따위의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가능한 것들을 열거하자면 밤을 새도 모자랄 지경입니다. 사실 인터넷이 되면 안되는건 없죠(...이론적으로 말입니다-_-)

이렇게 겉보기에는 한없이 좋아 보이는 IMT-2000은 서비스방식에 따라 북미방식인 동기식(CDMA2000)과 유럽방식인 비동기식(W-CDMA)으로 나뉩니다. 동기식과 비동기식은 사실 따져보면 시간을 위성에서 받아서 맞추느냐 기지국에서 받아서 맞추느냐의 차이정도밖에는 나지 않습니다만 미국이랑 유럽에서 서로 지네꺼 쓰겠다고 우기는 바람에 ITU-T에서 '그래...두개 다 쓰자...씨바들아' 라고 해서 허구헌날 둘이 으르렁대고 있는 실정입니다. 당연하게도 동기방식과 비동기방식간에는 통화가 되지 않구요.

이로인해 '언제 어디서나 한 단말기로 이동통신을!'이라는 환상은 깨졌습니다. 그럼 잠깐 여기서 CDMA라는 기술을 짚고 넘어가보도록 하죠.
CDMA란 Code Division Multiful Access의 약자로 통신쪽 계열에서는 유명한 미국 퀄컴사가 주파수대역확산 기술을 응용하여 개발한 시스템으로 여러 사용자가 시간과 주파수를 공유하면서 신호를 송수신할 수있게....나불나불...
간단히 설명해서 지금까지는 한 방에 한 커플씩 들어가서 대화를 했다면 CDMA는 한 방에 모든 커플을 죄다 밀어넣고 각자 알아서 떠들게 하는겁니다. 어차피 지네들끼리 이야기하니까 다른 커플의 얘기는 상관없게됩니다. 이런 꼼수를 이용해 한 주파수당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늘어나게 되어 가입자를 더 많이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만세!

그럼 CDMA2000이라는 글자 뒤에 항상 붙어 다니는 1x는 무엇을 뜻하는 말일까요? CDMA는 시기에 따라 IS-95A/B/C 라는 이름으로 분류됩니다. IS-95 A/B는 2세대 통신규약으로 지금까지 사용되던 휴대폰, PCS에 적용되는 기술입니다.(참고로 통신방식에는 FDMA, TDMA, CDMA등이 있는데 우리 나라는 처음도입부터 가장 좋은 CDMA를 채용했다) 그리고 IS-2000으로도 불리는 IS-95C. 바로 이것이 2.5세대 통신규약인 CDMA2000 1x로서 진정한 3세대 IMT-2000으로 넘어가기 전의 시제품성격을 가진. 즉 절름발이 기술입니다(...절름발이치고는 좀 속도가 빠른 편입니다만...)
IMT-2000은 3세대 규격으로 여기서는 1x주파수를 3배로 늘려 ADSL light급 전송속도를 실현하는 CDMA2000 3x를 이용합니다. 이것이 진정한 IMT-2000이며 오리지널 CDMA로서의 최종진화점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장밋빛 색채를 가진 IMT-2000을 현실적으로 파헤쳐보면 동기/비동기 진영의 대립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는 사실상 무산되어버렸고 국제표준주파수마저도 국가에 따라서 PCS용으로 이용되는 등 파행운영이 거듭되고 있습니다. 자랑하는 데이터통신의 경우도 현재 512byte당 6.5원을 받고 있는 현실에서 만약 CDMA2000 1x 서비스로 1메가바이트 짜리 동영상을 본다 치면 대략 12700원이 나오고 여기에 정보이용료가 별도로 부과됩니다. 돈이 많아서 동영상을 본다고 쳐도 단말기 액정의 한계상 질 낮은 화상밖에는 구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IMT-2000의 효용성은 현재로서는 의문정도가 아니라 아예 폐기 처분해야 할 수준입니다.

제가 보는 IMT-2000의 가야할 길은 이렇습니다. 우선 비동기방식으로 전세계를 묶어(비동기식이 효율이 좀 더 높습니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실현하되 단말기의 한계가 있으므로 멀티미디어 서비스는 PDA에 맡기고 요금을 낮춰 데이터통신회선'만'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입니다.


p.s 참고로 2002년 1월 현재, 휴대폰과 PDA의 통합품의 질이 계속 올라가고 있어 위에 밝혔던 입장에는 좀 변화가 있었습니다.

2001/09/19 14:36 2001/09/19 14: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