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시간이 걸려 상쾌한 소설을 즐거이 읽은 기분이다. 이렇게 훌륭한 게임이 주인공한테 꼬리가 달렸다는 이유만으로 판매량이 전작에 비해 300만장이나 급감했다는 것은 정말 이미지선전의 효과가 얼마나 파괴적이고 비합리적인지를 반증해준다.[주:전작 FINAL FANTASY VIII의 전세계 판매고는 약 804만장] 그냥 나 혼자 이게 좋은 게임이다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고 실제 일본에서 상도 여럿 받았다[주: 제5회 일본게임대상에서 우수상, 그래픽상, 사운드상을, 플레이스테이션어워드에서 유저대상, 그래픽상, 사운드상, 시나리오상, 캐릭터상을 수상. 또 2000년<더 플레이스테이션 오브 더 이어>에서 1위]
사실 FF7, 8에서 너무 다른 게임이 되어버려서 욕처먹고 심기일전하여 만든 작품인데 평이 그리 좋지 않아서 안타까울뿐... 하고싶은 말이 좀 있지만 위키피디아의 번역으로 대신한다.
본 작품의 테마는 원점회귀와 생명찬가이다. 본작에서는 캐릭터의 등신대가 FF6까지의 사이즈로 돌아갔고, 세계관의 중심이 되는 크리스탈이라는 개념이 부활, 또한 FF6~8 시리즈에서 이어져온 SF요소가 강한 세계관으로부터 탈피하여 아동문학과 같은 세계관으로 전환하기도 했고 미디어에 대한 정보에 있어서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주: 당시 스퀘어소프트에서 공략집을 내지 못하게 한 것을 말하는 듯...] 본 작품은 그래픽적 면에서 PS의 성능을 한계까지 끌어낸 작품이라 말해지며, PS사상최고품질 작품의 하나이기도 하다. 또한 시나리오에 관해서는 아동문학과 같은 세계관을 가지면서도 상당히 철학적 내용을 담고 있기도 하다. 덧붙이자면 리메이크 작품을 제외한 PS 최후의 스퀘어발매소프트가 된다. 원점회귀가 테마인 때문인지 과거의 FF시리즈에 등장한 캐릭터, 지명, 음악의 멜로디가 등장한다. 또 FF2의 에피소드가 나타나는 신도 있다. 배틀시의 음악도 FF6이전까지 있었던 인트로부분이 부활하였고 승리시의 팡파레도 FF6 이전과 동일한 후반부분(인트로 이후)의 멜로디도 부활했다.
PS주제에 워낙 고밀도의 폴리곤을 사용해서 전투로딩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게 단점이면 단점이었달까... 사실 에뮬로 해서 프레임을 넘겨버렸으니 그리 큰 문제도 아니었지만... 동화상이랑 스프라이트랑 절묘하게 배치연결시키는것도 대단하다고 밖에는 할 수 없고...
게임시스템도 대단히 맘에 들었다. 특별히 적응해야하는 부분도 그리 크지 않았고 상당히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사용하고 있고 각 캐릭터간 개성도 잘 살아나 있어 입맛대로 쓸 수 있게 되어있다. 초기 설정집을 보면 직업을 선택하도록 했던 모양인데 나중에는 그냥 캐릭 자체에 직업을 주는 식으로 가버렸는데 뭐 이것도 괜찮았던것 같다. 주인공 지탄은 도적, 사라만다는 몽크, 스타이너는 기사, 사라만다는 도적, 비비는 흑마법사, 쿠이나는 청마법사, 플라이어[주: 플라이어는 영어로 Freija로 표기되지만 이건 어떻게 봐도 Flyer : 나는사람 을 의도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용기사라는 식으로... 특히 특성이 겹칠 수 있는 가넷과 에코의 경우에는 사용가능한 백마법과 소환마법의 종류를 아예 분리해버림으로써 차별화를 꾀했다. 개인적으로는 홀리랑 카벙클때문에 에코를 썼지만 소환수 아크+리제네 크리 터뜨릴려면 가넷을 써야 한다든지. 개인적으로는 짱깨처럼 맛있다해, 먹고싶다해 같이 말끝마다 ~해를 붙이는 쿠이나가 상당히 맘에 들었다... 청마법이 미친듯이 강력하기도 했고...
예를들어 HP가 1일때 상대에게 9999 데미지를 주는 리밋트글로브라는게 있는데 자기한테 리레이즈걸고 죽은다음 살아날때(리레이즈로 살아나면 HP가 반드시 1로 살아남) 쓴다든지, 아님 개구리 잡고 개구리 떨어뜨리기를 쓴다든지, 마이티가드같은거야 뭐 전통적으로 유명한 녀석이고, 그랜드드래곤 잡을 때 쓰는 레벨5데스도 강력했고.. 뭐 하여튼 거의 빼놓지 않았던 것 같다. 초반에는 사라만다나 스타이너의 마법검도 좀 썼는데 플라이어가 용의문장 배우고나서는 그냥 함내대기신세 되 주셨고... 스타이너가 들어가니 덩달아 비비도 쳐박히고...
RPG라면 반드시 들어가는 미니게임같은 경우도 종류도 다양하고 스케일도 엄청나게 커서 이것만 가지고도 상당한 시간을 쓸 수 있게 해 놓았다. 개인적으로는 던전을 크게 만들수 없어서 그런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굳이 단점을 꼽자면 역시 던전의 스케일이 전체적으로 그리 크지 않다는 건데 매체가 CD인데다 그걸 4장으로 발기발기 찢어놓았으니 필수데이터를 넣기위해 소모되는 데이터를 감안하면 사실 이정도 스케일로 던전 그린것도 대단하다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오히려 던전 갯수만 놓고보면 많다고 느껴질 정도이니 DVD로 나왔다면 한 100시간 스케일의 작품이 됐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어빌리티시스템도 맘에 들었고 귀찮게 아이템소지갯수제한같은것도 안걸어놔서 좋았고 난이도도 적절했고 캐릭터간 대화나 숨은요소들도 전체적으로 매우 유쾌했다.
게임시스템뿐만 아니라 위에서도 얘기했듯이 전체적으로 기존 전통 FF의 요소를 최대한 가져오려는 시도를 한 것도 좋았는데 당장 비비 모습이 흑마법사 직업을 그대로 가져온거고 초반에 가넷이 백마도사 옷입고 탈출하는거나 전투신에서의 멜로디, 타이틀화면의 크리스탈, 엔딩곡에서 깔끔하게 이어지는 크리스탈의 테마곡, 시드아저씨와 비공정, 초코보 등등 기존 FF의 팬이라면 정말 찡한 향수를 느끼면서 게임에 몰입할 수 밖에 없다. 가넷의 경우 게임상에서 이미지를 강한걸로 바꾸기 위해 칼을 보고 대거라고 이름을 바꾸는 이벤트가 등장하는데 솔직히 공주님 이름을 차마 대거라고 바꿀 수는 없었고 그냥 가넷을 계속 썼다. 후반 소환수의 벽 이벤트에 가면 세라라는 본명이 밝혀지는데 이게 또 FF1에서 잡혀가는 공주님 이름이다.
시스템도 시스템이지만 FF9은 위에서 설명한대로 단순하지 않은 철학적 스토리구조를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생명이란 무엇인가' 라는 테마를 주제로 나타날 수 있는 작은 의문을 각 캐릭터들에 부여하여 그들이 각각 스스로의 문제를 풀어나가게 하면서 가장 큰 테마인 '생명은 이어지는 것이다'라고 하는 내용을 전달하는데 충실하고 있다.
자아가 존재하지 않는 사명(使命)의 허무성을 보여주는 스타이너 어떤 한가지에 집중하는 것의 여유있는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쿠이나 멀리 떨어진 사랑하는사람을 향한 애달픈 마음을 묵묵한 선으로 그려내는 플라이어 공기(...) 사라만다 겁이 많으면서도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서 숨겨진 용기를 발휘하고, 자신이 얼마안가 정지할 운명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래도 꿋꿋이 앞으로 걸어나가는 용기를 보여주는 비비 자기를 기억해주는 모든 사람이 죽고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천성적인 밝은 성격을 가지고 또 내일을 살아나가는 강한 아이 에코 아무것도 할 수없는 공주님에서 한 나라를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에 오르기까지 크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가넷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충격적인 출생의 비밀을 알고 나서도 동료들의 응원에 힘입어 그 비밀조차 발로 뭉개버리는 삶에 대한 용기를 보여준 지탄
어쨌든간에 하고싶은 걸 하고 살았다면 후회는 없다는 것을 보여준 브라네, 삶이 정지되는 것에 대한 공포에 먹혀버렸지만 결국에는 지탄 일행을 구해주려고 애쓴 쿠쟈, 인간의 생명은 도구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용기를 보여주는 미코토들을 보는 것도 즐거웠다. 나는 60시간 동안 이들이 화면속에서 살아움직이며 스스로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모습을 즐겁게 읽을 수 있었고 또한 소중한 사실을 가르쳐 준 이 게임을 만날 수 있었던 사실에 감사한다.
생명은 단 하나의 객체에서 시작되어 그 객체에서 일방적으로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고, 객체가 가진 기억이 전승되는 과정속에서 그 생명은 '이어지는' 것이라고... 주제가인 'Melodies of Life' 에서도 그 의미를 강하게 전달하고자 하고 있다.
Melodies Of Life - 白鳥英美子
作詩:シオミ 作曲:植松伸夫
宛てもなく彷徨っていた 갈곳도 모른체 헤메이고 있었어 手がかりもなく探しつづけた 단서도 없이 그저 찾고만 있었어 あなたがくれた想い出を 당신이 주었던 추억을 心を癒す詩にして 마음을 달래주는 노래로 바꾸어서
約束もすることもなく 약속을 하는 일도 없이 交わす言葉を決めたりもせず 건네야 할 말을 정하는 일도 없이 抱きしめそして確かめた 끌어안고 그리고 확인을 했던 日々は二度と帰らぬ 날들은 두번다시 돌아오지 않아
記憶の中の手を振るあなたは 기억속에서 손을 흔드는 당신은 わたしの名を呼ぶことが出来るの 내 이름을 부를 수 있을까?
あふれるその涙を 흘러넘치는 그 눈물을 輝く勇気にかえて 빛나는 용기로 바꾸어 いのちはつづく 생명은 이어진다 夜を越え 밤을 넘어서 疑うことのない明日へとつづく 의심하는 일이 없는 내일로 이어져
飛ぶ鳥の向こうの空へ 나는 새들의 저편 하늘에 いくつの記憶預けただろう 얼마만큼의 기억을 맡겨 둔 것일까 儚い希望も夢も 덧없는 희망도 꿈도 届かぬ場所に忘れて 닿지않는 장소에서 잊혀지고
めぐり逢うのは偶然と言えるの 서로간의 만남을 그저 우연이라 말할 수 있을까 別れる時が必ず来るのに 헤어질 시간이 반드시 오는데도?
消えゆく運命でも 사라져 갈 운명이라해도 君が生きている限り 네가 살아있다면 いのちはつづく 생명은 이어진다 永遠に 영원히 その力の限りどこまでも 그 힘이 닿는 한 어디까지라도
わたしが死のうとも 내가 결국 죽는다 해도 君が生きている限り 네가 살아있다고 한다면 いのちはつづく 생명은 이어진다 永遠に 영원히 その力の限りどこまでもつづく 그 힘이 닿는 한 어디까지라도 이어져
마지막으로 엔딩화면에서 보여준 비비의 독백을 보여주면서 마치기로 하자. 영어쪽은 어감이 좀 살지 않는것 같아 일본어판을 번역했다. 클릭해서 보면 감동이 두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