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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d under 애니&라디오

내가 건담 애니메이션에 흥미를 가지게 된 것은 슈퍼로봇대전의 영향이 크다. 왠 아무로라는 사내가 RX-78이라는 구형 건담을 타고나와서 계속 기체를 갈아타다 뉴건담이라는 기체를 얻게 되고 그 와중에 일어나는 사건들과 숙명의 라이벌 샤아 아즈나블과 벌이는 사투... 나는 샤아와 아무로의 기체가 대결할 때 마다 흥분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좋아했던 건담은 뉴건담이었다(지금은 제타♪) 기존의 건담들과는 다르게 파란색 대신 과감히 검은색을 채택함으로써 세련감을 높였고 무엇보다도 등 뒤의 판넬이라는 보조수단이 맘에 들었던 것이다. 한 때 활동하던 동호회의 닉이 ν(뉴) 였던 적도 있었으니... 각설하고.

그런 호기심에 뉴건담 비디오를 구해서 본 게 중학교 때였다. 그 때는 건담의 전체적인 세계관도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 다만 '뉴건담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싶다'는 일념에서 구해 본 것이었지만 열악한 화질에 정작 뉴건담은 그리 많이 나오지도 않아서 그냥 시큰둥하게 봤었고 느낌도 남지 않았다.
그리고 4년후...
대학생이 되고나서 역습의샤아를 DVD의 화질로 다시 접하게 될 기회가 생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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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지구연방 에우고에서 활동하던 샤아 아즈나블은 더 이상 썩을 수 없을정도로 썩어버린 지구연방에 환멸을 느끼고 액시즈를 지구에 강하시켜 '중력에 속박된 자'들을 우주로 밀어올리고자 한다. 론드벨은 그런 샤아의 네오지온군을 저지하려하고 그러는 와중에 아무로는 아나하임 일렉트로닉스에서 뉴건담을 건조해낸다.
그런 네오지온의 속셈도 모르고 지구연방은 핵을 장착시킨 액시즈를 네오지온에 팔아넘긴다. 그 지구연방고관의 딸 퀘스파라야는 네오지온군으로 들어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아버지를 죽이고 우연한기회에 그녀와 만나 연정을 품게 된 브라이트의 아들 하사웨이는 퀘스를 격추시킨 첸을 격추한다. 퀘스를 이용하려던 규네이는 아스토나지의 연인 케라를 죽이고 아무로에게 격추당하고 아무로는 공명하는 사이코프레임의 힘으로 액시즈의 강하를 저지하고 샤아와 함께 실종된다.
'몰살의 토미노'답게 토미노감독은 정말 주인공들을 몰살시킨다. 그나마 나중에 남는건 브라이트뿐...?
그런데, 여기서 말하고 싶은 건 토미노가 몰살의 대마왕이었다는게 아니라 샤아의 메시지, 정확히는 샤아의 입을 빌려 토미노가 말하고자 했던 메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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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로 : 우리들과 같이 싸웠던 남자가 어째서 지구를 파괴시키려고 하는거냐!

샤아 : 지구에 남은 무리들은 지구를 오염시키고있을 뿐인 중력에 혼을 구속당한 사람들이다!

퀘스 : '...! 그래서 부부라도 서로 으르렁대고 있을 뿐이야...'

아무로 : 어째서...

샤아 : 지구는 인간의 자아를 전부 감당해내진 못해!

아무로 : 인간의 지혜는 그런것들을 전부 극복해낼 수 있어!

샤아 : 그렇다면 지금 당장 저 멍청이들에게 그 좋은 지식을 줘 봐라!

퀘스 : 그거야... 그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무로 : 네 놈을 끝장내고나서 그렇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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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이 : 액시즈를 지구에 부딪히는 것 만으로 지구는 핵겨울과 동일한 규모의 피해를 입습니다. 그것은 어떤 독재자도 행한 일이 없는 악행이지요.

...그래도 괜찮은건가요, 샤아대위?

샤아 : 이제와서 설교를 할 생각인가, 나나이?

...나는 우주에 나간 사람들의 확신을 믿고있다. 그러나 인류 전체가 뉴타입이 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인류의 업을 지지 않으면 안된다.

나나이 : 그걸로 좋은겁니까?

...대위는 그 아무로에게 복수하기 위해 이 작전을 생각해낸 것이잖습니까?

샤아 : 후... 내가 그렇게 작은 남자인가?

나나이 : 아무로레이는 부드러움이 뉴타입의 무기라고 잘못생각하고있는 남자이죠. 여자라면 그런 남자도 용서할 수 있지만, 대위는 그런 아무로를 용서할 수 없죠.

샤아 : 지온독립전쟁에 이기고 내가 주목하고있던 파일럿 라라아슨이 적대하고 있던 아무로에게서 추구하고있던 부드러움을 발견했다. 그것이 뉴타입사이의 교감이라는것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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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아 : 너무 오랫동안 바라만보고 있던 사람들은 결국 서로를 미워하게 되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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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로 : 겨우 돌덩이따위, 건담으로 밀어내보이겠다!

샤아 : 제정신이냐!

아무로 : 네놈만 앞서나가지 않았더라면... 인류에 대해 절망도 하고있지 않다!

샤아 : ...결국 늦던 빠르던 이런 슬픔만이 퍼져나가서 지구를 죄어들어가는거다. 그렇다면, 인류는 자신의 손으로, 자연에 대해 속죄하지 않으면 안된다.

아무로, 어째서 이걸 모르는거냐...!

아무로 : 비켜! 건담의 파워는..!

샤아 : 이, 이것은 사이코프레임의 공진! 인간의 의지가 너무나도 많이 집중해버려서 과부하가 걸린것인가!

...공포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따뜻하고... 안심을 느낄줄이야...

샤아 : ...그렇군... 하지만 이런 따뜻함을 가진 인류가 지구까지 파괴한다. 그것을 알아라 아무로!

아무로 : 알고있어, 그러니까 더욱더 세상에 사람의 마음의 빛을 보여줘야하는거다!


뉴 타입(NewType)이란, 개개인의 사상(思想)을 타인과 직결하여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들이다. 언어라는 매체에 의한 왜곡이 없이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단순히 사격치와 명중률이 높고, 판넬을 움직일 수 있는 '유닛'이 아니라는거다. 그걸 알리없는 지구연방의 썩은 두뇌들은 아무로라는 뉴타입이 자신들의 위협이 될까 두려워 1년전쟁이 끝나고나서 자신들의 영웅에게 감금조처를 행했고 그 이후에도 보여준 우매한행동들은 지금 우리의 정치인과 비교해야 할 일이다.

어쨌든, 샤아는 이렇게 중력에 혼을 빼앗긴 사람들에게 선포한다. 이들을 해방함으로써 모든 사람들이 뉴타입이 될 수 있는 세상에의 가능성을 열고자 한다.

우리는 너무 많이 겪어왔고 너무 많이 좌절해왔다.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매개체로 왜곡되는 개개인의 의도와 왜곡되어져버린 의도로 인해 상처받는 서로의 영혼들. 언제까지고 서로를 마음으로부터 이해하지 못하고 머리로밖에 이해하지 못하는 가엾은 영혼들.
절대영역을 창조해낼 수 없는 인간들의 한계에 뉴타입이라는 대안이 떠오른다.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들. 그 사람의 '의지'가 자신속에 그대로 들어와 박혀 울부짖는 사람들.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

이게 가능한 일일것일까. 샤아는 정말 멋진 세상을 만들려고 했던 것이다.

이후 에반게리온에서는 사람들의 의도를 왜곡시키는 매개체를 AT필드라는 개념으로 정의하고 인류보완계획을 탈출구로 삼아 전 인류를 하나로 LCL화 한다. 이것은 정말로 극단적인 방법이긴 하나 이런 대안까지 나와야 할 정도로 인간은 타락했다.
AT필드를 유지하면서 AT필드를 유지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 그건 뉴타입이다. 다만 문제는 지금으로선 모든 사람들이 우주로 나갈 수도 없고 게다가 이미 지구의 중력에 너무나도 깊이 침식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깰 수 있을까.

모든 인류가 뉴타입이 되기를 소망한다...
2002/01/29 00:56 2002/01/29 0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