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상당히 싫어하는것 중의 하나가 RT들이 교내에서 큰소리로 거수경례하고 그걸 거만하게 받는 꼬락서니를 보는거다.
어차피 훈련생들 주제에 무슨 거기에 서열이 존재한다고 아랫놈들은 '우리도 후배받으면 이렇게 시켜야지' 하면서 큰소리로 거수경례붙이고 윗놈들은 아직 소위 계급장도 못 받은 것들이 손바닥만 까닥거리면서 지나가는 걸 보고 있지면 아주 속에서 천불이 나는 것 같다.
강부장의 설명에 의하면 어쨌든 RT훈련생의 기간도 호봉으로 친다고 하니 굳이 서열이 존재한다고 논리를 방어하려면 그럴수도 있겠지만 내가 까고싶은 건 그 치들이 너무나도 간단하게 권위에 복종하는 태도를 보이는거다. 어차피 그 치들이 그러는거는 이미 전통으로 굳어져 버려서 누가 깐다고 경례를 하고 안하고의 영역을 이미 넘어버린 상태이니 내가 무슨 행동의 변화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저 권위에 대한 맹목적 복종을 역겹게 여기는 나로서는 아직 나이도 새파랗게 어린 것들이 저런 구역질나는 짓거리를 좋다고 하고 있는걸 보고 있으려니 뱃속으로부터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와서 미칠 것 같기 때문이다.
권위는 계급장으로부터 생기지 않는다. 그 사람이 가진 지혜와 오오라로부터 생긴다. 그 오오라가 상대방을 따뜻하게 감싸줄 수 있을 때 권위는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그래서 내가 선배라 불리는 걸 싫어하는거기도 하다.
대학에서 붙는 선배라는 호칭을 가진 것들이 그들의 후배에 비해 나은 점은 학교 주변 식당은 어디가 맛있는가 수준의 지식을 조금 더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 뿐이다.
그들은 선배라고 불릴 자격이 없다.
이전에 최소 5년이상 나이차이가 나지 않는 이상 나이를 보고 선후배를 결정하지 말라고 한 적이 있고 그 말은 지금도 유효하다. 적어도 관성에 의한 경험만으로 타자(他者)의 위에 서기 위해서는 최소한 5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바다. 심지어 5년조차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사람까지 존재한다.
저 높이 솟은 커다란 건물이 내뿜는 위엄에,
도저히 납득할 수 조차 없는 갖다붙인 의미를 덕지덕지 붙이고 있는 대학교 마크가 가지고 있는 위엄에,
선배라는 작자, 상관이라는 작자들이, 가지고 있다고 믿어지지만 실은 가지고 있지 않은 위엄에,
내가 알고있지 못한 것을 상대방이 알고 있을 때 느껴지는, 그렇지만 개인의 노력으로 얼마든지 취득할 수 있는 지식의 피로(披露)로부터 느껴지는 위엄에,
관(官), 실(室), 청(廳) 이라는 단어가 내포하는 근거없는 위엄에,
스스로가 사물을 대할 때 자발적(自發的)으로 발동(發動)하는, 의미없는 외경심(畏敬心)에,
저항하라, 납득하지말고 무릎 꿇지도 마라. 있는 힘껏 걷어 차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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