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Filed under 읽은것들/서적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전부터 읽으려고 계속 벼르던 책이었는데 드디어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책은 오늘부터 나의 Bible이 되었다. 여기서의 Bible이란 기독교인들의 '성서'와 완벽하게 동일한 가치를 가진다는 것을 밝혀둔다.


사실 이 책에 대해 내용이 어떻네 저떻네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일반적으로 저자가 자신의 의도를 결정하고 그것을 알리기 위해 애쓰는 책들과 달리 이 책은 최소한의 기준은 있지만 해석한도를 무한대로 걸어놨다. 이 책의 문장 하나하나가 내뿜는 의미는 독자가 가진 지식수준, 자라온 환경, 그가 형성시킨 스스로의 사상에 따라 완벽하게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저 나는 쓰잘데기 없는 개인의 해석보다는 이 책이, 수 많은 Also sprach Zarathustra의 한국어 번역본 중 상당히 읽을 만한 책이라는 걸 언급해 두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원래 책에 있어서는 저자의 원본을 읽는 것이 그 저자의 마음을 가장 가깝게 읽어낼 수 있는 방법이지만 해당 언어를 알수 없는 사람에게는 번역본밖에 그 책에 접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번역이라는 게 얼마나 무섭고 위험하고 두려운 일인지,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왜곡과 변형이 사람들을 얼마나 혼돈에 빠뜨리고 정신을 어지럽히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이것은 수 많은 Also sprach Zarathustra의 한국어 번역본에서도 나타나는 문제로, 이 책은 그나마 그런 개미지옥으로부터는 한 발짝 떨어져 있다고 말할 수는 있을 것 같다.

니체를 나이 스물일곱이 되어서야 읽고 정신에 번개가 치는것 같은 충격을 받게 된 것은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 책 후에는 순수이성비판을 읽어야 할 텐데 벌써부터 두려운 마음이 차오르기 시작하는 것은 분명히 나의 영혼이 늙기 시작하였다는 반증이리라.


*책사러가자 URL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 모든 이를 위한 책, 그러나 아무도 이해하지 않는 책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백석현 옮김
라고 번역되어 온 니체의 저작을 새로운 각도에서 해석한 번역본이다. 산문으로 이루어진 기존 번역본들과 달리, 리드미컬한 시(詩) 형식의 번역을 선보인다. 원문이 가지는 템포와 뉘앙스를 우리말로 재현하면서, 정확하고 쉽게 풀어 쓰고자 했다. 번역 용어의 일관성 또한 철저히 지키고자 했다.
2008/11/05 22:01 2008/11/05 22:01
ALYHZ

하하하... 그것참 군대에서 건버스터 극장판도 못보고 에반게리온 극장판도 못보고 그렌라간 극장판도 못보게 되는구나... 세상 일 참 알수없구나...라는 것이지요;;; 내보내줘!!!

클리아르

냠냠... 그냥 내가 재밌게 볼께

뉴익

이런 글 보면 나도 읽어보지 않으면 안될거같은 느낌이 왜이리도 강렬하게 전해져 오는지;;
도전???

클리아르

책사라

Mill

음, 이 책을 읽고 있는 중인 사람입니다 ^^
3부까지 읽었는데, 저에게도 정말 큰 의미가 될 책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근데 이걸 바이블로 보면 니체가 말하는 <인민>과 같은 류가 되버릴까봐
공감을 하면서도 차갑게 읽으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가요?

몇몇부분은 아무래도 시대가 달라서 그런지 공감이 힘든 부분도 있구요
제 이해가 부족해서 그럴수도 있지만 ㅎㅎ

댓글이 너무 늦어서 답변이 없을것 같네요 ㅠㅠ

youknow_me@hanmail.net

클리아르

아.. 제가 바이블로 삼겠다는 얘기는 크리스천들이 성서의 내용을 보물처럼 여기는 것 같이 저도 이 책 속의 내용을 보물처럼 여기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었고 짜라두짜의 신도가 되겠다는 얘기는 아니었습니다... 오해를 살 수 있는 표현을 해 버렸네요;;

오히려 저는 저 자신이 짜라두짜가 가지는 감정에 공감을 하고 짜라두짜가 획득한 정신적 개방의 상태에까지 올라가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의 부조리에 극도로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면서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해서든 끌어올리고자 하는 저 박애주의적 태도까지 본받을 만한 기량이 아직 제게는 부족하지만 일생에 걸친 노력이 있다면 언젠가는 도달할 수 있게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내용의 해석에 대해서는 특별히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본문에도 서술하고 있지만 해석의 차이가 너무 많이 날 수 있는 작품이라서 그리 의미가 없을 듯 싶습니다. 그저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아주아주 자유롭게 읽으시고 몇달 혹은 몇년쯤 후에 다시 한번 읽어보시면 또 다른 감정으로 읽으실 수 있으실 수 있을테니 너무 짜라두짜와의 첫만남부터 좋은 인상을 가지실려고 하실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맘에 안드신 부분이 있다면 짜라두짜라도 막 까시면 됩니다(웃음)


의견의 교환과정은 블로그에 남겨두는 게 좋을 것 같아 따로 이메일을 보내드리지는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jyongs

번역 비교를 위해서 도서관에서 슬쩍 들춰봤는데,
의외였습니다. '책세상'에서 펴낸 니체 전집의 차라투스트라보다 조금 더 낫더군요. ㅎㅎ
'동서문화사'껀 그냥 별로였고요ㅎ;;
제가 겉멋, 허세가 좀 있어서 민음사판의 촌시런 표지는 구입할 용기가 안나네요 ㅋ

클리아르

네.. 책세상거는 좀 딱딱한 느낌이 들더라구요..
개인적으로 이분 번역이 좋아서 니체의 다른 책도 번역하셨나 봤더니 이것 한권 뿐이더군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