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다보면 “와 저 사람 해 놓은 거 보면 정말 대단해” 하고 저절로 감탄사가 나오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존경하는 사람들 난에 쓴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다. 재능으로 축복받은 사람들.
...
이전에도 썼지만 원래 잘하는거란 없다고 본다. 그 사람은 그 결과물을 얻어내기 위해 몇날 며칠을 고심하고 스트레스와 복통에 시달렸음에 틀림없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천재라는게 과연 존재하는 것이냐에 대한 진지한 의문같은게 들어마지 않기도 하지만...
천재라는 단어자체를 그다지 좋아하진 않지만 여기서는 논리전개를 위해 그냥 쓰도록 하자//
세상에는 분명히 천재가 존재한다.
그들의 인생에 감히 범접(犯接)할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포스를 인생으로부터 내뿜는 사람들을 나는 천재라 부른다.
그런데 그와는 별개로, 천재인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벽’이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
나하고 다른 상위세계에 살고 있구나 하고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
그 중에 한 사람이 박XX씨, 그리고 방금 토플후기를 구글에서 찾아보다가 걸린 모 티스토리 블로그의 운영자, 혹은 이전에 알던 찬희누나의 친구라는 사람... 혹은 최재호.
...
잘 보면 그 사람들은 돈이 됐든 성적이 됐든, 교류관계의 범위가 됐든 나에게 ‘벽’을 느끼게 해 준다. 이거이거... 이런 사람들을 과연 따라잡을 수 있겠느냐고 생각하게 해 준다.
뭐.
누굴 따라잡는 인생을 살고있지는 않지만.
근데 사실 솔직히 말해보면 그런 사람들한테는 보통 거대한 자금원(資金元)이 뒤에 항상 들러붙어 있다.
좀 더 솔직히 말해보면, “네가 과연 돈이 없었어도 그 정도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까?” 하는 치졸(稚拙)하고 협잡(挾雜)한 생각을 한다.
부럽지는 않다. 정말 솔직히 말해서 돈이라는 건 그렇게 중요한 팩터는 아니다. 나에게 있어서는.
그저 묻고 싶을 뿐이다.
“어쨌든 네가 지금의 그 모습을 만들어 내는데 투입한 그 풍부한 자금이 없었다고 쳐도, 네가 똑같은 시간을 투입했을 때 거기까지 올라갈 수 있었을까?”
...아주 추악하군.
너무나 추악해서 지금 내 모습을 비추고 있는 거울을 박살내고 싶을 정도다.
이런 걸 보면서도 돈이라는 게 사람들 사이의 계급격차를 더욱 공고히 하는 더러운 수단으로써 기능할 뿐이다. 라는 프롤레타리아적 빈곤주의 발상을 하는 건 내가 사학과(史學科)에서 수학(修學)했기 때문이다. 아니, 그냥 내가 병신이라 그렇다.
솔직하게 박수를 쳐주고 싶지 않은 것은 높은 결과물에 시기심을 느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네가 과연 그 돈 없이 그런 경험을 하고 그렇게 공부에 전력을 집중할 수 있었을까 하는, 당신이 피땀흘려 일궈낸 그것을 어떻게든 까내려 아수라들이 서로를 물고뜯는―내가 살고있는―이 지옥도(地獄圖)에 같이 담궈버리고 싶기 때문이다.
정말 추악하군... 나에게 이런 일면이 있는 줄은 정말 몰랐다.
게다가 돈의 힘이 받쳐주었든 어쨌든 간에 그 사람이 만들어 낸 빛나는 오오라에 눌려 옴짝달싹 할 수 없는(...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상태에서 내민 나의 변명(辨明)이라는게 아래와 같다.
↓
이전에도 몇 번 얘기한 적이 있지만, 어쨌든 나도 나름대로 내가 존재하고 있는 집단에서 그리 꿀릴 거 없는 성취를 이뤄온 게 사실이긴 하지만 분명히 저기 보이는 상위그룹에 비하면 스스로가 초라하기 그지 없다는 걸 알고 있는데 그건 아무래도 내 주위에 흔히 말하는 엄마친구아들이 없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나는 속한 그룹에서 상위권을 취할려고는 하지만, 역시 그 위의 인간이 없으면 따라갈 것이 없는 만큼, 주위에 그 정도로 빛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나의 성취도도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뭥미? 니가 의미없는 웹서핑질로 하루에도 몇 시간씩 시간을 내 팽개치는지 알고 있으면서 그런 소리냐?
변명이 안된다는 건 알고 있지만 나는 구태여 이 이유를 내가 ‘좀 더’ 성장하지 못한 변명거리로 삼고 싶다. 대놓고 장담은 할 수 없지만 모르긴 몰라도 분명 지금보다 더 높은 곳에서 살고 있었을 거라 조금은 자신있는 얼굴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어쩌라는 걸까?
이전 동양사학회(東洋史學會)에서 선배가 한 말 중에 ‘역사학에서 과거의 가정(假定)은 의미없다’는 말이 있다.
이순신이 안나타났으면 어땠을까
세종대왕이 빨리 죽었으면 어땠을까
단군신화의 주인공이 곰과 호랑이가 아니라 지네와 파리였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보는게 루리웹 서핑하는것보다 재미있을 순 있겠지만
단호히 말하자면
의미는 없다.
그래서 어쩌라는 거냐?
니네집이 강남에 있고 아버지가 세상을 호령하는 지위에 있고 돈을 걱정한다는게 도데체 무슨 의미인지를 모르며 주위에 엄친아라는 생물이 무수히 많은 가상(假想)을 상상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내가 지금 저들에게 느끼는 게 패배의식(敗北意識)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해 두고 넘어가자.
무언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벽이라는 걸 느끼지만
그것이,
스스로도 그 정체조차 알 수 없는 ‘자신의 노력’으로 뛰어넘을 수 있다는 근거없는 확신(確信)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짚고 넘어가자.
그럼 나는 저 존재들에 대해 왜 생리적으로 혐오감(嫌惡感) 비슷한 걸 잠깐 느꼈을까? 확률적으로 자신이 그 자리에 도달할 수 있다고 선언했는데? 그 말은 내가 나 자신을 생리적으로 혐오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나?
아마도 나는,
그들이 천재는 아니라는 건 알고 있고 무한(無限)의 노력으로 따라잡을 수 있는 확률분포(確率分布)가 생길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적어도 그것이,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21세기의 이 세상에서 인간의 육체를 부지(扶持)하고 있는 찰나(刹那)와 같은 시간 안에는 불가능하다고 하는 것을 스스로도 어느정도 육감적으로는 깨닫고 있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같은 스타트 라인에서 시작하지 못하여 결국은 이 경주가 끝날 때까지 도달할 수 없는 상대에 대한 생리적 혐오감을 느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사람은 그 사람이고 너는 너다.
라는 말로 정리해버리면 그저 간단하게 끝날 수도 있는 문제지만, 사람은 빵만 먹고 살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가 이미 천명해버렸지 않느냐.
조금 더 멀리, 조금 더 앞으로 진보하는 발걸음을 내딛고 싶어하기 때문에야말로 사람은 살아갈 수 있는 건데.
그,
내가 내딛을 수 있는 발걸음의 한계선(限界線)을 간접적(間接的)으로 규정(規定)하는 저들의 인생이 나를 분노하게 하는가?
아니,
나는 분노하고 있지는 않다.
과거를 뒤집을 수 없지만 노력 여하(如何)에 따라서 나는 ―갈 길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linear 한 비교는 어차피 불가능 하겠지만, 어쨌든 그렇다고 쳤을 때― 저들이 서있는 자리에까지도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
사실 중요한 건 ‘할 수 있는가 없는가의 여부’가 아니라 그것을 ‘할 것인가 안할 것인가’의 문제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까지’ 할 의사(意思)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나는 삶을 100%로 살지는 않는다. 그런 건 삶을 100%로 사는 사람에게 가능한 것이다.
물론 몇 %의 삶을 사는 것이 적절한 삶이겠느냐 하는 것에 대한 답은 없다 ―몇 % 라는게 과연 무엇이겠느냐 하는 인식론적(認識論的) 논쟁은 그저 접어두자.
하여튼, 정확한 형체도 없이 부옇게 흐리멍텅한 몸체만을 가지고 있는 저 ‘몇 %의 삶’ 이라는 개념을 여하간에 이 글에 도입 해 본다면
나는 100%의 삶을 살지는 않는다.
모순은 여기서 생긴다.
나는 그렇게 살고 있는 나 자신의 삶에 만족하면서 한편으로는 100%로 살지 못하는게 분하다고 느끼기도 한다는 것이다.
노력을 하고 싶은거냐 하고싶지 않은거냐?
물론,
하고싶지 않다. 그렇지만 최소한의 노력은 하고 있고 그것만으로도 0%의 삶을 유지(維持)하는 대부분의 인간쓰레기들보다 낫다고 자위(自慰) 하면서 산다.
그렇다면,
계속 그렇게 살아도 괜찮은거냐?
괜찮은거냐고?
괜찮은거냐고?
괜찮은거냐고?
...
너는 도데체 누구냐?
삶이라는건 언제나 한가지 요인 만으로는 정해지지 않는다.
상황은 언제라도, 어떤 식으로도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나는 지금의 나사빠진 %의 삶을 영위(營爲)할 생각이다.
벽보고 자위하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다.
자연체(自然體)로 가다보면 어느 새 목표점을 넘어가 있는 것.
그것이 내 스타일이다.
그 스타일로 따라잡을 수 없었다면.
다음 생애(生涯)에는 그 스타일을 바꿔보기로 하지.
Comments List
의식의 흐름에 따른 글쓰기가 이런건가 싶다.. ㅋ 술한잔 하면서 세상을 씹고 싶다~
의식의 흐름에 따른 글쓰기의 보석같은 교범적 문장이지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