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로 읽어낼 것이 없이 편안하게 감상한 영화도 오랫만이지 않은가 싶다. 그저 빨빨거리고 뛰어다니는 귀여운 포뇨(...개인적으로는 뽀뇨라고 하고 싶지만...)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영화. 많은 사람들이 감상해서 앞으로도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은 돈이되니 한국에 들여와도 좋다! 는 결론을 수입사들이 가져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뭐 일단은 그냥 감동의 눈물이 마음속에서 쏟아져 나왔다는 것부터 언급하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겠지.. T-T(<-영화관에서의 클리아르의 마음 속...)
마녀배달부 키키로 잘 알려져 있는 마녀의 택급편은 1987년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발표된 작품으로 일본에서는 배달하는 회사 이름으로 보통 택급편이라는 한자를 쓰기 때문에(ex. 사가와 택급편 이라든지 뭐 이런식..) 우리나라식으로 해석을 하자면 마녀택배, 마녀통운(?) 정도 될 것 같다.
내가 이 작품을 처음 본게 된 건 1996년, 중학교 2학년때로 당시의 나는 사실 애니메이션에는 큰 관심이 없었고 오히려 국민학교 때부터 패미컴 게임을 하는 걸 즐기는 중학생이었는데 마침 그 시기에 우리집에 펜티엄 133Mhz가 들어오면서부터 PC통신을 시작하게 됐고 하이텔 애니메이트 동호회(go ani...)라는 곳에 가입하게 되면서 애니메이션 보기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당시에는 통신회선이 너무 느렸고 동영상을 압축하는 코덱이란게 겨우 리얼미디어, 혹은 좋아봤자 인디오라는 매우 효율나쁜 것들이었기 때문에 1화물 혹은 애니메이션이라는게 통신회선을 타고 돌아다니는 시대는 아니었다. 1화물보다는 LD를 비디오로 떠서 불법복사 테이프를 사고팔고하는 시대였다.
오히려 당시에는 NHK에서 쏘는 BS(위성방송)가 잡혔기 때문에 BS 2번채널에서 하는 카드캡터 사쿠라를 보기위해 시간맞춰 집에 가거나 혹은 예약녹화를 하는 열심을 보였던 기억이 있다. 또한 NHK뿐만이 아니라 SBS에서 괜찮은 애니메이션을 무차별적으로 사들이는 정책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피구왕 통키, 슬램덩크, 슬레이어즈 등등을 공중파로 볼 수가 있었고 다른 방송사에서도 질세라 달의요정 세일러문이나 시간탐험대 같은 명작을 방송하는 등 정말 애니메이션 수입 르네상스 시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와중에 1화물이 등장하게 된 건 (그 전에도 1화물은 있었지만,) 당시 워낙 카드캡터 사쿠라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되어서 그걸 보고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나우누리 앙끄에 한 화에 한50M정도로 올라오게 된게 사실상 1화물이 대중적으로 퍼지게 된 시작이 아니었던가 싶다. 그 다음 그 흐름에 두번째 폭발을 부추긴 것은 아마 ToHeart 애니메이션이었고..
그런건 아무래도 좋다. 하여튼 내가 중학교 2학년때 애니메이션을 처음 보게 된 것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이웃집 토토로였는데, 이건 또 왜냐하면 당시 우리 누나가 다니던 회사에서 애니메이션 비디오테입을 가져왔는데 그 테잎에 LP녹화로 이웃집 토토로, 마녀의 택급편, 천공의 성 라퓨타가 차례로 들어있었기 때문이다.(LP녹화란 뭐냐하면 당시 비디오덱은 SP녹화라고 해서 영상 1초에 테잎 1초를 녹화하는 기능과 LP녹화라고 해서 영상 3초에 테잎 1초를 녹화하는 두가지 녹화기능이 있었는데 보통 공테잎 길이가 120분이었으니까 LP녹화를 하면 화질은 떨어지게 되지만 어쨌든 영화를 3편이나 넣을 수가 있었다) 이웃집토토로는 당시에도 우리나라에서 꽤나 지명도를 가지고 있었기에 이웃집 토토로는 별 문제없이 볼 수 있었는데 마녀의 택급편은 사실 들어본적도 없던 작품이라 그냥 봉인하다가 '그냥 한 번 볼까...' 하는 생각으로 봤던 작품인데 결과적으로는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중에 넘버원으로 꼽는 작품이 되어버렸다.
마녀의 택급편은 14살 마녀 키키가 자기가 살던 편안했던 집을 떠나 본적도 없는 새로운 동네에 들어가 사람들에게 거부당하고 마음을 상처입는 과정을 거쳐 한 사람의 어엿한 마녀로 성장한다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당시 내가 이유도 모르면서 마녀의 택급편을 최고의 작품으로 꼽았던것은아마 지금 생각해보면 자신의 앞에 놓여져 있는 길을 꿋꿋이 걸어나가고자 하는 키키의 삶에 대한 태도에 깊은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키키는 날 수 있는 것 외에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무엇에도 꺾이지 않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며 나이가 나이인 만큼 자기가 선택한 것에 대한 굳은 믿음도 아직 가지지 못하는 미숙한 어린 여자아이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당시 비슷한 처지에 나이도 같았던 나로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키가 상처입은 마음을 부여잡고 다시 일어나서
아빠 엄마, 안녕하세요? 지지도 저도 잘 있습니다. 일도 이젠 궤도에 올라, 자신도 조금 붙었어요. 가끔 의기소침해지기도 하지만, 저는 이 마을이 마음에 들어요.
라는 편지를 쓴 대목에서는 아 얘는 정말 대단하구나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당시 엔딩에서조차 지지의 목소리가 돌아오지 않았었던 것에 대해 엄청난 논란이 있었던 것도 지금 생각하면 그냥 아련했던 하나의 에피소드로 남아있을 뿐... 아직 마법의 힘이 완전하게 돌아온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이었지 않았을까? 편지 보냈을 때쯤이면 아마 나아졌겠지.
엔딩곡이었던 やさしさに包まれたなら는 또 너무 좋아서 테이프로 녹음해서 워크맨으로 듣고 다녔던 것 같다. 테이프 얘길하면 또 길어지는고로 생략...
1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나면서 키키 마녀님은 내 마음속에서 이미 슈퍼스타가 되어 주셨고 비디오에서나 볼 수 있었던 키키를 영화관에서 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은 그저 나에게 목욕재계가 필요할 뿐이란 압박을 가할 따름이었다. 그렇게 영화관에서 다시 만난 키키는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고(오히려 보통 오랫만에 다시 똑같은 작품을 감상할 때 느껴지는 새로움이 없었다는게 신기할 정도로) 그 때의 감동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서 정말 오랫만에 마음이 꽉 들어차는 느낌이었다.
가끔 감정이입에 방해가 되는 엉성한 자막과 아이들의 울음소리나 마구 웃어제끼는 관중들도 그다지 신경이 쓰이지 않았던 것은 역시 키키를 다시만나게 된 감격이 너무 컸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PS. 다른 좋은 이미지를 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메가박스 포스터를 갖다가 쓴 건 며칠 남지 않은 기간동안 한 명이라도 더 키키를 영화관에서 관람할 수 있었으면하는 마음에서이다. 하여튼 이 포스터 일러스트도 상당히 유명한 것으로 영화 자체에는 나오지 않는, 스틸컷의 합성 일러스트이다. 중학교때 하드보드지로 필통만들 때 껍데기로 썼던 그림인데... 정말 눈물이 앞을 가리는군...T_T
저도 감상이 비슷하네요.
초반엔 그저 철없이 가출해 사서 고생하는 소녀로만 생각했는데,
중반부터 포기치 않고 제 일에 열심히 임하며 마을에 적응하는 모습이
자연 몰입감과 감탄을 불러 일으켰지요. 빵집 부부의 친절 역시 작품의 따스함을 더했고..
원작이 따로 있다보니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 중 수상경력은 떨어지는 편이지만, 작품 자체의 완성도와 재미는 수위권이었다 여겨집니다.ㅎㅎ
얼마전에 교보문고에 책구경하러갔다가 음반매장엘 갔는데 어디서 많이 듣던 팝송이 흘러나오는거다.
잘 생각해보니까 이건 추억은 방울방울의 엔딩곡이었던 愛は花, 君はその種子(사랑은 꽃, 당신은 그 씨앗) 이었다. 근데 팝송-_-? 귀를 기울이면 때 컨트리로드를 사용한 적도 있고 하니 아마 이것도 원곡이 있었던 거구나 해서 찾아봤더니 나온 곡이 바로 아래 곡. 상당히 차분하게 진행되는게 마음에 드는 곡이다. 물론 일본번안곡도 매우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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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감상이 비슷하네요.
초반엔 그저 철없이 가출해 사서 고생하는 소녀로만 생각했는데,
중반부터 포기치 않고 제 일에 열심히 임하며 마을에 적응하는 모습이
자연 몰입감과 감탄을 불러 일으켰지요. 빵집 부부의 친절 역시 작품의 따스함을 더했고..
원작이 따로 있다보니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 중 수상경력은 떨어지는 편이지만, 작품 자체의 완성도와 재미는 수위권이었다 여겨집니다.ㅎㅎ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지브리 작품입니다. 키키를 좋아하는 분을 만나서 반갑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