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Filed under 잡담
내가 여기서 왜 이런 개삽질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심도깊은 고민이 지금 당장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나는 아마 머리가 터져 죽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왜 호주에 왔는가

왜 왔을까? 10초 생각해 봤는데 답이 안나온다
//사실 자신이 하고있는 일에 대한 이유가 5초내에 나오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 사람은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르는거다//

등록금과 영어공부가, 오기전에 생각했던 이유인지, 오고나서 형편좋게 만들어 낸 핑계인지도 잘 모르겠다
//호주 오기전에 난 막연하게 등록금이나 만들어야지 했다. 그리고 호주 오고나서 세부적인 계획을 세웠다. 원래 목표는 살아가먄서 계속 수정하는 거다//

까놓고 말해서 나는 지금의 내 형편이 싫다

오른쪽 눈꺼풀이 마그네슘 부족으로 경련하기 시작했고 오늘 저녁 반찬을 걱정해야 하고 무턱대고 떨어지는 환율에 가슴졸여야 하고//이 때 벌어놓은게 13000불이었으니 환율이 떨어지는건 나한텐 주식이나 마찬가지였다// 한국인들과의 어색한 공기가 불쾌하고//보통 한국인들끼리는 친하게 지내지만 나는 우리학교에 다니던 한국인들과 친하게 지내지 않았다//  우리집에 있어본 게 언제인지조차 기억안나는 게 슬프고//이미 이 때 거의 4년쨰였다// 남의 집에서 숨죽이고 살아야 되는게 답답하고//쉐어에서 살았는데 주인이 밤 8시에 자기 때문에 그 시간 이후론 소리내기가 불편한 집에서 살았었다// FCE시험 때문에 신경쓰이고 벌써 학교 다닌지 두달이 다 돼가는데 영어가 완벽히 안들린다는 게 한심하다. 좀 별거 아닌일에 신경 안쓰고 살고싶다

네가 선택한 길이라면 즐겁게 걸어가!

...나는 내가 선택한 길을 고통스럽게 걷고 있다

지금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건 한국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돈은 못벌었을지 몰라도 이런 이상한 생활에 지친 눈꺼풀이 파업하진 않았겠지

말도 안된다. 여기에서 하는 걸 한국에서도 할 수 있었을 거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가장 중요한 건 배고픈데 영어는 안늘고 질환도 생겼다는 거다. 게다가 주식폭락

어느 하나 해결 방도가 없는것들이다. 시간이 지나야 원래대로 되돌아 갈 것들

과연 되돌아가긴 할까?

공부는 열심히 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은 꽉 막혀있다. 마치 유류고에서 성문영문법 보던 기분이다. 이 단계를 깨부수면 다음 단계로 나가겠지만,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지금 문제는 스피킹인데, 스피킹을 뚫으려면 대화를 계속 해야 한다. 그런데 나는 인간들이랑 하릴없이 잡담하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혼자 집에서 트레이닝을 하려고 해도 집에서 조용히 해야 하는게 또 마이너스다. 하여튼 월-금으로 이어지는 이 불합리한 루트를 깨부숴야 할 필요가 있다. 그게 아니라도 적어도 다른 수단을 강구 해 내기라도 해야 한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앞으로 영어를 해야 할 날이 많이 남은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나는 이게 하기 싫어서 발버둥을 치고 있는가. 군대에서는 그 추운 유류고에서 기름냄새에 취해가면서 스키파카 입고도 너무 추워서 꾸벅꾸벅 졸다가 결국 한두페이지밖에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매일 내려가서 영어공부 하던 놈이

나는 지금 뭐가 불만인걸까

한국에서 공학인증제가 도입됐다. 사실 나는 이거 별로 신경안쓴다. 어차피 한국에서 취업할 게 아니라면 이건 별로 의미가 없다. 그러면 해외로 나가야 되는데 나갈려면 대학을 졸업해야 한다. 우리아빠는 등록금을 댈 돈이 있는가?

명확히 말하자면, 있다.

그런데 왜 나는 등록금을 못만들었다고 조바심을 내고 있을까. 겨무 만불밖에 못 만들어서 마음을 졸이고 있을까.

우리아빠는 1200만원을 가지고 있는가

친구가 없어서 쓸쓸하거나 하진 않다. 아는 사람은 적을 수록 좋다. 게다가 그런 구질구질한 감상을 느끼기에 내 심장은 너무 단단하다.
문제는 이런날엔 치킨 한마리 사다놓고 페트맥주라도 까야 되는데 이게 안된다는거다. 내가 그리워하는 한국이란 그것 하나 뿐인지도 모른다.//나는 이걸 스트레스를 푸는 수단으로 엄청 선호했는데 이걸 못해서 미쳐죽을뻔 했다. 물론 요즘은 맨날한다//

운신의 폭이 좁다는 것은 나를 미치기 일보직전까지 몰아넣는다. 사실 내가 군대를 그렇게도 벗어나고 싶어했던 건 규제로 덕지덕지 점철되어 옴짝달짝할 수도 없는 스스로의 현실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내가 지금 그 꼴이다. 한국 가기 전까지는 도데체 어떻게도 할 수가 없다.



웃기게도, 이런 나의 처지를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몇 몇 있다.//내가 다니는 랭귀지 스쿨의 모든 한국사람들은 나를 부러워했다. 돈 많이 벌었고 학교에서 젤 높은 캠브리지 코스를 듣고있다는 사실을. 문제는 나는 그 현실도 좃같았다는 거다// 걔네들이 자기것과 인생을 바꾸자면 나는 바꿀까? 안 바꾸겠지. 더 좋은게 니타나지 않는 이상. 그 말은 어쨌든 내 인생은 그 인간들보다는 상위 클래스에 서 있다는 증거?
상위가 어디에 위치하는건지도 잘 모르겠지만, 그럼 누가 내 인생을 팔라고 하면 팔 수 있을 것인가?

...팔 수 있을 것인가, 판다면 얼마를 받을 것인가.

인생을 팔았을 때 과연 인간은 어떻게 되는가. 인생의 부분만을 팔았을 때 인간은 어떻게 변하는가.

내가 지금 여기서 이렇게 중학교 영문법을 열라게 파는 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넓어지는 세계.


과연 나는 넓은 세계를 필요로 하는가?


세계는 커녕, 그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인간'에서부터 나는 경멸감을 느낀다.
심지어 내가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하고 싶다는 걸까. 사실 내가 '그' 한국인 무리//'그' 한국인 무리라는 건 GEOS의 한국인 무리를 가리키는 것// 와 어울리지 않는 건 영어공부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 아니다.

그냥, 사람들과의 접촉이 싫을 뿐이다.

상처입을 수도 있고 마음을 찢길 수도 있다. 서로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거 때문이 아니라, 그냥, 진짜 그냥,

'접촉자체'가 싫다. 그냥 그런것일 뿐이다. 나머지 이유는 누가 갖다붙인 허울좋은 변명에 지나지 않을 뿐.

교류가 싫다면 교류에 쓸 도구를 만드는 일도 의미를 잃을 수밖에 없다.
나는 왜 영어를 공부하나. 취업은 결과이지 목표가 될 수 없다.

동기가 부여되지 않기 때문에 적극성이 떨어지고 떨어진 적극성은 영어실력을 늘리는데 장애가 되고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영어공부는 하고있기 때문에 '열라 하는데도 불구하고 실력이 향상되지 않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동기부여. 목적을 찾아내는 것. 시작하고 나서 시작한 이유를 찾는다는 것부터가 모순이긴 하지만 지금 나에게는 방법이 없다. 빨리 동기가 부여되지 않으면 비싼 학교입학금을 낸 나만 손해일 뿐이다.

이런 식으로 돈에 관련된 구상을 하는 내 속물같은 모습도 불쾌할 따름이다.


그렇게 크게 문제될 것도 없다. 나는 죽지 않았다. 큰 부상을 입어 움직일 수 없게 된 것도 아니고 삼시세끼 잘 챙겨먹고 있으며 어쨌든간에 배드민턴도 하고 있다. 현재 나를 쇠사슬처럼 옥죄고 있는 문제는 간단히 말해 멘털 프라블럼이다.

이 문제를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그 전에 나는 이 거대한 장애물을 돌파할 수 있기는 한가.


가끔씩은 안경을 벗고 뿌연 세상을 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사람속에 숨어있다.


정말 사람속에 숨어있는가?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그는 무엇을 하고 싶어하나.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보다 더 거대한 개념은 무엇인가.


사실 여기서 있는 두달동안 영어실력이 비약적으로 늘지 않아도 상관은 없다. 한국 돌아가서 2년동안 공부하면 엄청나게 상승할 것임에 틀림없다. 나의 영어실력은. 다만 문제는 FCE시험을 신청 해 놨다는 거다. 성격상 A그레이드 못 받으면 이건 Fail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또 커다란 부담을 안아주실 것인데, 이게 골치아프다. 특히 말하기랑 듣기가. 다른 것도 후지긴 하지만//

그래서 어쩌라는 거냐

그래서 어쩌라는 거냐

어차피 때가 되면 잘 충족된 여건은 내 앞에 나타나고 나는 그것을 잡을 수 밖에 없다. 심지어 놓칠 수 조차 없다. 여기서 영어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은 6월12일까지이고 그것은 겨우 70여일밖에 되지 않는다. 70일이라는 시간은 심지어 100일보다도 짧은 시간이다.//여기서의 100일은 100일 휴가를 의식하고 꺼낸 말//  그런 짧은 시간동안 영어공부를 해서 시험을 보고나면 나머지는 노는 일 뿐. 놀고나면 잘 차려진 여건이라는 이름의 밥상이 눈 앞에 나타나게 된다. 그러면 먹으면 된다.

뭐가 문제인가.

그 시기가 빨리 다가오지 않는 게 문제이다.
그런건 그냥 앉아있기만 해도 되는 일이다.


너는 무슨 생각을 하고있나

눈을 똑바로 뜨고 네 눈깔에 비치는 화상을 명확히 인식해라.


너는 고생을 하고 있나

아니,


너는 놀고있다. 그것도 엄청나게 잘 놀고있다.
너는 지금 여기 도피유학 와 있다. 일본에 있었을 때 처럼

실력이 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금은 그게 눈에 보이지 않는 시기이다.
너는 너를 믿고 눈을 감고 길을 걸어나갈 수 있나.

지금까지 수백번도 넘게 스스로에게 던져온 화두.

너는 너를 믿고있나.


믿고있다.


그렇다면 계속 그렇게 가면된다. 헛짚을 필요도 없고 허공에 손을 뻗어 만져지지도 않을 허위를 잡기 위해 어리버리댈 필요도 없다.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할 필요도 없다. 그녀석의 자로는 절대 나를 잴 수 없다.


지금 네 눈깔엔 뭐가 비치고 있나.


영어공부를 하기위해 90센트를 주고 산 싸구려 연습장이 비치고 있다.//난 쓸데없는데 돈 쓰기 싫어 제일 싼 연습장을 사기 위해 콜스와 울워스와 바이로를 모두 뒤지고 다녔다, 그리고나서 콜스에서 90센트를 주고 연습장을 샀다//


그럼 네가 할 일은 무엇인가


영어공부를 하는 일


그 일은 언제까지 지속되나


FCE시험을 치는 날까지


나는 나를 믿고있나




OF course, I do.
2006/04/04 08:05 2006/04/04 08:05
오야붕 일석님

목표! 삶의지표! 언젠가 우리 무대기술 교수, 마크세튼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삶은 공연이다. 삶에서의 행위들은 그 공연을 완성하기까지의 조각조각들이다!" 삶의 중간에 고뇌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더 좋은방향"으로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 공연이 끝났을때 박수갈채를 받을수 있겠지...

karlin

삶의 마지막은 죽음이지 우리는 어떤 죽음을 맞을것인가 때문에 살고 있고...치킨에 맥주는 어려우니...시드니오면 참이슬 미사일이나 마시고 죽어보자...힘들면 그냥 내 자신을 잊어버리고 저 멀리 삼자의 입장에서 그냥 바라보기만 하는 것은 어떨까...내가 나를 모르면 내가 나를 잊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듯...시드니에서 보기를 기다린다네 농장에 가볼까 생각해봤는데 한주동안 잘 생각해봐야겠다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