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lysis] 원-달러·엔·유로 환율 어떻게 되나
[매경이코노미 2006-02-22 10:56]
광고 환율 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다. 2002년 초 이후 지난 4년간 미 달러에 대해 36%가 량 절상된 원화는 특히 올해 초 들어 더욱 빠른 절상세를 나타내며 우리 경제의 회 복세와 기업 수익성을 위협하고 있다. 같은 기간 중 경쟁국인 일본(13.2%)이나 대 만(8.4%), 중국(2.6%) 등에 비해 절상폭이 크다는 점도 우려되고 있다.
지난해(1~11월) 우리나라의 대미무역수지 흑자가 150억달러로서 중국(1850억달러) 이나 일본(760억달러), 대만(118억달러) 등에 비해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 으로 큰 절상폭으로 인해 우리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원화의 두드러진 절상세로 인해 원·엔 환율이 급락하면서 대일 경쟁력 악화가 가 시화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100엔당 1000원 수준이 유지되다가, 2003년 말과 20 04년 초에 1100원 수준까지 오르더니 이제 800원을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원·유로 환율도 2년 만에 26% 이상 절상된 상황이다.
주요 환율결정요인 분석을 통해 향후 원화환율 추이를 살펴보자.
단기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외환수급여건으로 미뤄볼 때 원화는 절상 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상품수지 흑자를 중심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 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 2년간 억압됐던 소비와 투자가 회복되면서 수입이 증가, 단기적으로 무 역흑자가 축소되며 원화강세 압력이 완화될 수도 있다. 그간의 원화절상으로 인해 올해 1월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이 2003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4.3% 증가에 그쳤다 는 사실도 올해 국제수지 흑자가 상당 폭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의 배경이 되고 있 다. 그러나 환율절상의 수출에 대한 효과가 올해 1월부터 갑자기 나타난다고 보기 는 어려워 설득력은 크지 않다. 오히려 수출과 밀접히 움직이는 OECD경기선행지수 가 상승세를 유지하는 점이라든가 세계 IT경기 회복에 힘입어 올해 수출증가율이 지난해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주장에 공감이 간다.
무역흑자와 이로 인한 원화 강세는 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과다한 가계 부채 부담과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인해 소비가 큰 폭으로 늘어나기 어려운 가운데 인구고령화에 따른 투자 둔화로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장기적인 원 화강세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엔화의 대달러 강세 때 변수 생길 듯■
달러화의 향배도 향후 원화환율 전망의 중요한 변수다. 2004년 6월부터 시작된 미 국의 금리인상세가 마무리되면서 달러화가 다시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 이다. 지난해 예상을 뛰어넘는 강도의 금리인상으로 인해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지 만 올해 중 금리인상이 종결되면 미국의 쌍둥이 적자가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
이에 따라 엔화가 강세로 전환한다면 이는 강력한 원화절상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 로 보인다. 특히 일본이 양적인 금융완화정책을 중단하거나 정책금리를 인상하는 등 통화정책 기조를 변화시킬 경우 엔화는 급격한 강세를 띨 것이며 그만큼 원화에 는 강력한 절상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엔화가 달러에 대해 강세로 돌아설 경우 원화는 그간 상 대적으로 절상폭이 컸다는 점에서 원·엔 환율은 다소 상승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는 점이다. 달러 약세 전환 시 원·유로 환율도 다소 하락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유럽 쪽의 경기회복세를 바탕으로 유로화 강세가 비교적 빠르게 나타날 것이기 때 문이다.
장기적인 차원에서 볼 때도 달러 약세는 추세로 굳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른바 세계적인 무역불균형(Global Imbalances)때문이다. 현재 미국과 영국 경상 수지 적자와 기타 지역의 흑자 구조가 확대되며 고착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 대한 자본 투자로 미국 경상수지를 보전해주던 중국 등 각국의 중앙은행들 이 외환보유고 구성을 바꿔 달러화 비중을 낮출 가능성도 충분히 점칠 수 있는 상 황이다.
환율 하락이 우려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수출 규모와 기업수익성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에 비해 작아졌다는 평 가도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현재와 같은 속도의 원화 절상이 이어진다면 우리나라 의 수출, 나아가 경기회복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일부 산업의 경우 그간 생산성 증가를 바탕으로 기존 수출경쟁력을 유지할 수도 있으나 현재 환율 수 준에서 추가적인 환율 절상은 많은 기업들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 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기업 부문의 어려움은 매우 큰 형편이다.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점인 부문 간 격차를 심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설 혹 수출 물량에 미치는 영향이 줄었다고 해도 기업들의 수출채산성 악화는 불가피 한 입장이다. 기업의 수익성 감소는 투자와 고용, 나아가 소비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자본수지 조정 이어져야■
현재 원화환율은 실질실효환율이나 균형환율접근 등 기존 환율 이론에 의한 균형환 율 수준보다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다시 말하면 적정환율에 비해 원화가 고평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보았듯이 단기적으로도, 중기적으로도 원화는 강 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국제금융학계가 인정하듯이 환율이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경제의 펀더멘털보다 플로우(외환의 수급)에 더욱 영향받는 것이 현실이라 해도 일관된 설명을 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국제통화시스템 패러다임 변화 전조로 설명하는 것은 아직 부 족한 듯하다.
현재와 향후 원화 강세는 일정 정도 국제수지 흑자에 기인한다. 그러나 일본의 경 우 커다란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엔화가 절하되는 등 그리 급박한 절 상세를 보이지는 않고 있다. 한·일 양국 간 가장 큰 차이는 일본이 경상수지 흑자 대부분을 자본수지 적자를 통해 해소하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자본수지마저 흑자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본수지 흑자 규모를 줄이거나 혹은 적절한 수준의 적자로 전환하는 일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외환보유고가 2100억달러를 넘는 상황이며 필요 시 재유입시킬 수 있는 우리 자본이고, 우리 체력이 과거와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신감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본수지 적자 유도가 개인의 해외부동산 매입 등 소비성보다는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해외펀드에 투자하는 방식이 바람직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금융기관 자산을 분산투자한다는 점에서뿐만 아니라 특히 우리나라의 고령화에 대비한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을 것이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전되는 현 상황에서 초고령 사회에 대비해 해외저축을 늘리는 방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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