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캔커피를 하나 뽑아들고 올려본 10월의 끝자락에 떠 있는 하늘은 마음을 차갑게 한다.
몸이 춥다.
마음도 춥다.
요즘 아주 공부하기싫어 미쳐죽을 지경이다.
왜 해야되는지도 알고있고 뭘 해야되는지도 알고있고 어떻게 해야되는지도 알고있는데
그-_-냥 귀찮고 하기싫고.. 막 그러거든요-_-;;
,귀찮다기 보다는.
너무 오랫만에 공부를 다시 시작하다보니 그동안 잊고살았던(=잊고싶었던) 수많은 공식과 회로와 수식과 예제와 사료와 자료들이 눈 앞에 나타나 빨리 처리해달라고 줄도 안서고 아수라처럼 달려드는 모습에 나는 압도당하고 있다.
그렇다고 뭐 특별히 놀고 있지는 않지만 하여튼 상당히 부담스럽다. 더 미치겠는건 내가 지금 데굴데굴 굴리고 있는 이 모든지식들이 전체적인 학문영역에서 보자면 맨 밑바닥에 있는 것들이라는 게 훤히 보이는데 아직 이들을 다룰 도구가 다 갖춰지지 않은고로 손 댈 엄두조차 나질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들이 완전 기본지식들임에도 불구하고!!
이전에 케언즈에 있었을때 나를 머리터지기 일보직전까지 몰아넣었던 바로 그 슬럼프다. 그 슬럼프의 초기증상이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해결되지만 그 때까진 바로 눈 앞마저 보이지 않는 칠흑같은 어둠을 어떤 의지도 없이 지나가야만 하는 고통스러운 슬럼프.
조기치료가 가능할 것인가, 또 밑바닥까지 갔다 올라와야 할 것인가. 또 결국은 나한테 달려있다.
난 도데체 언제까지 이렇게 나를 몰아넣는 삶을 지속해 나갈 수 있을까?
개강한지 겨우 2주밖에 되지않았다. 제대하고 2주 지났을 때도 나는 이런 소리를 하고있었다. 엄청많이 해놓고 한게 없다고 징징대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엄청많이 해놨다는 것을 알았던것은 호주생활이 거의 끝나갔을 때 였다.
그냥 하던데로만 계속. 결과는 졸업할 때 비로소 나타날 것이다. 그때까지는 어떤 구렁텅이나 암초나 늪이나 어둠이나 방해가 나타나도 좌절하지 말자. 그때까지는 아무것도 손에 잡히는 것이 없다 할지라도 의기소침해지지 말자. 그때까지는 주위의 어떤 상황적 변화나 도발에도 동요하지 말자.
어차피, 현재의 내 삼중 가늠좌는 정확히 2년 후로 맞춰져있으니까.
인도에서는 인생사에 추구할만한 가치가 있는 4가지를 다음과 같이 꼽는다;
1.아르다 - 부 / 2.까마 - 행복 / 3.다르마 - 의무 / 4.목샤 - 해탈
돈이 있어 살고 행복이 있어 삶을 유지하며 의무가 있어 사람 구실을 하고 해탈이 있어 죽음을 맞이 할 수 있는 것인지. 아무튼 이건 인도 얘기고, 심리학적으로는 항상 뭔가 나은게 있다고 믿기 때문에 어떤 선택도 못하게 되어버린, 후회하기 싫어하는 인간형 콤플렉스 정도랄까. 자아실현은 그냥 같다 붙이기 편리한 개념일 뿐이고.. 동물은 왜 사는가를 물어봄도 좋겠다.
아처의 무한의 검제 영창이군요.
아처의 니힐리즘을 극복한 시로 자신만의 영창이 희망적이어서 좋지만, 영령이 되어 셀 수 없는 세월속에 허무만을 느끼고 자멸까지 바란 자의 심상이 반영된 이 영창쪽의 인상이 대단히 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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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입가에, 희미한 웃음이 떠오른다.
그런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붉은 기사에게 있어, 소녀의 그 요령 없는 점이야말로, 무엇보다도 그리운 추억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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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부분이 제일 좋더군요. 영원에 가깝도록 긴 세월을 지나 다시 만난 소녀와 헤어져야 하는 아쉬움을 이런 식으로 삭이는 아처의 남자다운 시원스러움이 멋졌습니다.
[020427] 휴대폰에 대한 잡상 |
문득 휴대폰 속의 '통화기록' 메뉴를 꾹 하고 눌러본다. "총 통화시간 내가 휴대폰을 구입한지 벌써 일년하고도 4개월여 되는 시간이 지났다. 처음의 그 깨끗했던 몰골과 데이터베이스가 지금은 잃어버려도 다시 그 자리에 가면 그냥 있을것같은 고물적 몰골과 백여개가 넘는 전화번호들과 지인들에게서 온 문자메시지, 심심할 때 가끔 했던 게임들의 하이스코어 같은 것들로 빼곡이 채워져있다. 휴대폰이란 뭘까... 携. 帶. 들고다닐 수 있는 전화기? 나는 휴대폰이라는 것은 어떤 특정한 사람에의 연결이 가능한 도구라 정의하고 싶다. 다시 말하면 용무를 가진 개인과 개인간의 direct한 연결을 실현하는 도구라는 것이다. 휴대폰에는 Short Message Service, SMS라고 해서 우리말로는 단문전송서비스라는 기능이 있다. 이것은 약 80byte의 짧은 메시지를 특정인에게 보내는 기능인데, 이것이 내가 휴대폰의 두 번째 획기적 장점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휴대폰을 내가 어렵게 대하는 이유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의무'이다. 잡상이라는 것은 어디로 빠질지 모르기 때문에 언제나 구질구질하다. 몇 군데 논리의 오류가 보이는 것이 불쾌하다. 잡상이라는 이유로 넘어가보자. |
Comments List
덥다...피가 끓는거 같다...
시원한 캔커피가 그립다..
덥다.. 젠장맞게 덥다 -_-;;
반팔을 입어도 덥고, 샤워를 계속 해도 덥네 -_-;;;
추울땐 가슴을 문지르면 뜨셔진댄다.